엣 동 (Ech Dong-개구리 요리)|

여자는 개구리, 남자는 장어! (Nu Ech, Nam Luon)

“Het Say-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어느 Nguyen 왕조의 후손 한 분이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개구리 요리는 원래 왕께 진상해서는 안 되는 부정한 음식에 속하지만 실재로는 황족들이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꼭 찾았던 별미 가운데 하나였죠. 옛날부터 여자는 개구리, 남자는 장어란 말도 있듯이 개구리 요리는 특히 황족 여성들이 최고로 치는 음식이었습니다. . .

상황은 일반 서민들도 마찬가지였죠. 우기 때 첫 비가 내리고 나면 농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들을 들판을 데리고 나가 Chum Ruot (잎이 연하고 부드러운 피마자과 식물)을 실컷 뜯어 먹게 합니다. 그러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다시 그 자리에 싱그러운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 파릇파릇한 채소야 말로 개구리 요리와는 천생연분! Chum Ruot에 개구리 고기를 얹어 먹으면 비리거나 느끼한 맛이 신기하게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먼저 개구리살로 우려낸 뜨거운 국물로 입가심을 한 후 밭에서 방금 따온 싱싱한 Chum Ruot으로 숯불구이 뒷다리를 말아 집어 먹으면 너나 할 것 없이 헛사이 (Het Say-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라는 뜻)를 반복하곤 했습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베트남 농민들은 시간만 있으면 헤드라이트를 달고 개구리 사냥을 나가곤 했다. 우기 (5월 경)가 시작될 무렵에는 개구리들도 번식을 준비하는데 바로 이때야말로 개구리 사냥의 황금시즌이다.

하늘이 찢어질듯 비가 내려 강둑 제방이 점차 차오르면 논과 밭도 빗물에 흥건하다. 이윽고 땅거미가 밀려오고 황혼이 지자 황소개구리, 큰 개구리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고막이 찢어질 듯 개굴개굴 울어대기 시작한다. 바로 이 순간부터 개구리 사냥꾼들이 이마에 등을 달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드디어 밤이 깊어 자정 무렵이 되면 주먹크기 이상 되는 엣바 (Ech Ba-큰 개구리)와 엣옹Ech ong - 작은 개구리)이 여기저기서 짝짓기 하느라 정신이 없다. 다리 하나만 해도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엣바는 한 마리만 먹어도 배가 든든할 정도고, 엣옹은 크기가 엣바의 1/3 밖에 안되지만 상추에 싸서 풋고추와 함께 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 (Quac Can Cau)”다. 이때가 되면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목을 빼고 기다리는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바이어들도 줄을 서서 엣바와 엣옹를 잡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렇다면 요즈음은 어떨까. 빈짠의 (Binh Chanh)의 껑유억 (Can Giuoc)이나 꾸찌 (Cu Chi) 들로 나가 농부들에게 들개구리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물어봐도 대부분 설레설레 고개를 흔든다. “들개구리요? 요즈음은 두 눈 씻고 봐도 찾기 힘듭니다.”

상황은 중부 지반도 마찬가지. 이곳의 Phu Coc, Nha Trang 등 모래사장에도 남부의 엣야봉덴목 (Ech Da Bong Den Moc-검은 곰팡이무늬 개구리)과 비교 조차할 수 없는 향기와 맛을 지닌 자양 강장식 (Thuc Sinh Bo Duong) 엣야방 (Ech Da Vang-누렁 개구리)이 주변에 널려 있었지만 아쉽게도 1972년 이후부터 급속히 그 숫자가 줄어들어 지금은 거의 멸종된 상태다. 

하지만 아직 실망은 금물. 현재 Ha Noi나 Sai Gon에 가면 비록 미식가들이 최고로 치는 야생 개구리는 아니라도 오동통하게 살찐 먹음직스러운 식용양식 개구리 요리를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우리가 들린 곳은 지난 호 (73호)에 쥐고기 요리를 시식하던 흐응릉 레스토랑 (Nha hang Huong Rung, 사이공 1군 Hai Ba Trung 거리 146 번지, 연락처 : (08) 822 8510 / 0903 717 510 ) 이었다.

 이날 우리가 주문한 것은 Ech nuong ngu vi (5가지 맛이 나는 개구리 구이 - 20,000 VND/1마리), Dui ech xao lan (뒷다리볶음 - 한 접시 40,000VND), 그리고 Bao tu ech xao nam (버섯을 첨가한 내장 볶음 -한 접시 20,000 VND,)이었는데 점수는 각각 B+, A+, B+. 과연 “헷사이” (Het Say,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를 연발할 정도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매력적인 요리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자료출처 : 짜오베트남]